데카르트 신존재 증명 관련 의문

박승찬 2015.06.11 17:17 조회 수 : 5935

서양 철학의 전통 공부를 하던 중 궁금한 것이 있어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데카르트 부분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설명들을 하는데,

1) 첫 번째 질문은 251p에 위에서 위에서 일곱번째 줄에

'우리를 기만하지 않고 인식의 확실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하는 데 왜 그 확실성을 보장해주는 존재가 ''인걸까요?

 

2)두 번째 질문은 같은 페이지 두 번째 문단 위에서 여섯번 째 줄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관념은 그 원인이 같은 정도 내지 그 이상의 실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무로부터는 아무 것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장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모든 관념이 그 원인이 같은 정도 내지 그 이상의 실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무엇인가요?

또 그것이 왜 무와 연결이 되어 근거를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1)에 대한 설명

데카르트는 망망대해의 단 하나의 바위섬, 코기토 명제를 발견한 뒤, 모든 인식과 학문의 기초에 해당하는 제1원리를 수립했지만, 그가 이미 모든 것을 의심했기 때문에 모든 경험적인 것과 수학적인 논증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비록 <251>그가 진리를 찾기 위한 항해를 떠날 수 있는 단 하나의 토대인 바위섬 같은 코기토 명제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니고 있던 인식이 모두 불확실한 것으로 의심되었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그 불확실한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바위섬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감각적 세계와 수학적 진리 등이 더 이상 의심스러운 것으로만 남아 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기만하지 않고 인식의 확실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이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데카르트에게는 확실한 앎의 토대에서 모든 인식들을 구축해 나가는 사활이 걸린 과제가 되었다.

 

이미 수학적인 확실성조차도 신이 기만자일 경우 의심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확고한 체계 수립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세계와의 연결을 위한 중요한 기초로서 신의 존재와 진실성이 주장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하느님을 기만자라고 보는 선입견에 기초를 둔 의심]까지도 제거될 수 있도록 될수록 빠른 기회에 하느님이 있는지, 없는지, 또 있다면 그가 기만자일 수 있는지 없는지 검토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성찰3)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코플스톤의 설명을 덧붙여 봅니다.

이제 내가 매우 명석하고 판명하게 지각하는 명제들을 참이라고 받아들임에 있어 내가 속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증하려고 한다면 우리른 속이는 자로서가 아닌 신의 현존을 반드시 증명해야만 한다. 더욱이 감각과 사고의 대상으로서 참으로 현존한다고 여겨지는 외부 세계와 전혀 관련하지 않고 신의 현존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만일 이러한 증명의 역할 중의 하나가 나의 사고 작용과는 다른 어떤 사물들이 참으로 현존한다는 사실에 대한 나의 과장된 회의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나의 관념들에 대응하는 어떤 참으로 현존하는 비정신적인 세계가 존재한다라는 가정에 기초하여 신의 현존을 증명하는 것은 분명히 나를 악순환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자신의 증명 방법을 전개해 나감에 있어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제시한 유형의 증명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말하자면 데카르트는 내부로부터 신의 현존을 증명해야만 하는 것이다.”(코플스톤, 합리론, 156-157)

 

  2)에 대한 설명  

그는 명석하고도 판명한 관념들의 진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신이 거짓된 사물을 참이라고 기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적으로 그는 정신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관념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관념은 그 원인이 같은 정도 내지 그 이상의 실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무로부터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설명을 생략한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논의가 전개 됩니다.

관념들은 단지 주관적인 양식 또는 사고의 양태의 측면에서만 고려한다면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관념들을 그들이 나타내고 있는 특성의 측면에서, 즉 내용에 따라 고려한다면 그들은 서로 크게 다르면 어떤 관념은 다른 관념보다 더욱 큰 객관적 실재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이런 관념들 모두는 어떤 방식으로든 야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코플스톤, 합리론, 156-157)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별도의 증명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작용적이고 전체적인 원인 속에는 적어도 그 결과 속에 있는 만큼의 실재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연의 빛에 의하여 명백하다. 왜냐하면 결과는 그 원인으로부터가 아니면 어디로부터 그 실재성을 얻을 수 있는가? 또 원인은 자기 속에 실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실재성을 결과에게 줄 수 있는가? 여기서 무로부터는 아무것도 생길 수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 더 완전한 것, 즉 더 많은 실재성을 자기 속에 포함하고 있는 것은 덜 완전한 것으로부터 생길 수 없다는 것이 귀결된다.”(성찰3)

이 단락에서 데카르트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적인 전제, 원인 안에는 결과와 동일한 또는 그 이상의 완전성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입니다. 우리에게 관념이 생겨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만들었거나 외부로부터 나에게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 안에서 데카르트는 소위 인과율을 이미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인과율의 타당성이 도대체 어디서 입증될 수 있는지를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방법적인 회의를 통해서 의심하고자 했는데, 여기서 이러한 인과율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명백하고 확실한 것으로 수용한 것은 독단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은 그 완전함이 당대와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서 근본적인 의문에 처해지게 됩니다.

오히려 본문의 인용이 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차분하게 읽어 보면서 생각해 봄으로써 조금 더 명확해졌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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