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철학 관련 질문

박승찬 2013.10.06 13:12 조회 수 : 21686

메일로 온 질문 중에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그 질문과 답을 이곳에 옮겨 봅니다.

 

1.교재 p.28

 

초기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체계화하고 확립하는 데 공헌한 학자들을 교부라고 부르며, 교부들이 이룬 학문적인 성과를 교부 철학으로, 이들이 활동했던 2~8세기를 교부 시대라 부른다.

교부의 범주는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요? 2-8세기에 그리스도교와 관련해 활동한 학자들이라면 모두 교부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철학적인 이단이라고 분류된 마르치온, 영지주의, 마니교와 신학적인 성격이 강한 아리우스파까지도 모두 교부철학자라고 이야기 할 수 있나요?

 

여기서 말한 교부를 좀더 엄격히 규정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어요.

“ 교부들은 교회의 활기찬 전통에서 특수한 지위를 인정받은 증인으로서 그들이 지닌 특별한 의미 때문에 전통적으로 네 가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1. 교리의 정통성(Doctrina orthodoxa): 교부들의 모든 신학 이론은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신학 이론이 모든 점에서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2. 생애의 성덕(Sanctitas vitae): 교부는 명시적인 성인으로 선포되지는 않았을지라도 고대 교회의 관점에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 신자들이 인정하고 공경하는 성덕을 지녀야 한다.

3. 교회의 승인(Approbatio ecclesiae): 명시적으로 승인하지 않았더라도 인물과 학설에 대해 교회의 인정이 있어야 한다.

4. 고대성(Antiquitas): 교부들은 고대 교회의 시기에 활동한 인물이어야 한다.”

질문한 철학적인 결정적인 이단들은 “1. 교리의 정통성”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교부라고 불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리게네스 같은 경우 일부 이론에서 정통교리에 어긋났지만, 그 신학적인 업적 때문에 대부분 교부에 포함시켜서 다루고 있습니다.

 

2. p.32

영지주의에서 발달한 이단인 마르치온주의는 영지주의의 가현설을 전제하고 있는 건가요?

마르치온주의는 신약과 구약의 구분을 강조한 입장으로 영지주의와는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 요즘의 통설입니다. 그러나 구약과 신약의 분리는 그리스도로 하여금 당연히 아담의 죄를 구제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오히려 세상과 아무 관련이 없는,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선하신 하느님에 관한 소식을 인류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마르치온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옴으로 인해 더럽혀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리스도가 마리아에게서 실제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부정하여 그리스도가 가상의 육체를 취하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3. p.33

영지주의에 버금가는 강력한 이단으로는 마니교가 있었다.

'영지주의->마르치온주의->마니교' 는 발달 순서인가요? 아니면 그냥 이단의 세 분파인가요?

영지주의에서 발달한 이단인 마르치온 주의, 이 둘을 잘 섞은 마니교가 발달 순서가 아니라 세 분파라면 서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인정하지 않았나

세 이단 사이에는 많은 유사성이 있고 특히 맨 나중에 발달한 마니교는 직접, 간접으로 영지주의와 마르치온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확인하기에는 대부분의 문서가 소실되어 어려움이 있지만, 사상적인 유사성만은 현재에 남아 있는 파편들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자기 신앙의 순수성을 보존하려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철학과 관계 맺는 일 자체를 거부했다. 이 때 아프리카 학파와 알렉산드리아 학파로 나뉘어 지게 되는데 이 둘은 호교론자로 그리스도교를 수용한 자들중에서 나뉘어 진 건가요?

‘호교론자’는 좁은 의미로 2세기 중엽에 활동한 저자들의 문학 작품은 주로, 또는 전적으로 호교서이기 때문에 이들을 ‘그리스 호교가’(ἀπολογείν = 변호하다, 변론하다)라고 부르지만,

넓은 의미로는 초기 교부들도 ‘호교론’을 저술했기 때문에 호교론자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여 이를 각각의 방식으로 옹호하려고 했던 이들을 별도의 학파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4. p.37

세속적인 교육이 그리스도를 위한 봉사에 도입되자, 철학과 그리스도교의 더욱 큰 조화와 협력을 위한 길이 열렸다. 교회 역사상 가장 예민하고 대담한 정신의 소유자 중 한 사람이었던 오리게네스는.

오리게네스는 클레멘스와 함께 알렉산드리아 학파에 속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세속적 교육이 그리스도를 위한 봉사로 도입된다는 것'이 이미 알렉산드리아 학파가 아프리카 학파를 이기고 주된 흐름이 된 상태를 뜻하는 건가요? 그래서 오리게네스라는 새로운 사람이 등장해서 밀라노칙령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 건가요?

오리게네스는 클레멘스와 함께 알렉산드리아 학파를 이끈 인물입니다. 그가 발전시킨 신학이 향후 325년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 등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그는 254년 경에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의 사상을 이어 받은 제자들이 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밀라노 칙령은 신학적인 성과라기보다 정치적인 입장이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5. p.49

 

그에 따르면 진리는 항상 필연적이고 영원해야 하는데 우리가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는 필연적으로 영원한 진리가 무엇을 뜻하는 지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영원한 진리에서 그 영원하다는 것이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변치않는 것을 말한다면 지금까지의 역사속에서도 변치 않는,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도, 모든 만물을 관통하고 있는 진실을 말하는 걸까요?

만약에 모든 상황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라면 수많은 사실 중에서도 모든 것에 기반이 되고 있는 사실을 꼬집어 진리라는 이름으로 구별해 내는 건가요?

필연적이라고도 표현했는데 어쩔 수 밖에 없는, 거역할 수 없는,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하는 거라면 초기 고대 철학자들이 세상 만물의 근원, 아르케를 찾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요?

필연적이고 영원한 진리란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을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진리에 대비하여 믿고 평생을 추구했던 보편적인 진리와 같은 의미입니다. 그의 제자 플라톤도 바로 각 개인이나 역사 및 상황을 넘어서서 항상 진리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그러한 ‘이데아’와 관련된 진리를 추구했지요. 그렇지만 초기 자연철학자들이 추구했던 아르케도 만물의 근원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이것은 질료적인 차원에서 주로 고찰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영원불변한 진리의 예로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파르메니데스적인 ‘존재’에 부여된 속성들이 영원불변하고 필연적인 진리에 어울리는 속성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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