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에티우스가 <철학의 위안>에서 인간 자유의지-신의 섭리 부분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1010일 강의를 들었던 날에 제가 필기하기로는

 

"신의 섭리가 있다면 인간의 자유의지가 의미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보에티우스가 예정설 대신 예지(豫知, pre-scientia )를 주장, 곧 신은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에 대해 일일히 간섭하지 않아 인간의 자유가 보장되며

더욱이 'pre(이전)'라는 시간적 의미의 접두사가 영원한 신에게 적용되지 않아 이내 신이 존재 전체를 '지금'에 다 소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금 여기 신의 영원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따라서 예정은 필연적인 것만을 강조하나, 예지는 현실성에 다름아니다라고 정리하면서 저는 보에티우스가 신이 언제나 인간 역사에 함께하시고 인간이 하는 일을 모두 아시면서 동시에 인간의 행동에 딱히 제재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서양 철학 이야기> 교재 68쪽에서는 보에티우스가 "신은 어떠한 것도 '미리 알고 있는 것(예지)'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또 더욱이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에 대한 신의 인식은 그 행위를 이미 결정된 필연으로 만듦으로 자유를 빼앗지 않는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필기한 바(물론 제가 잘못 듣고 필기한 것일 가능성이 있으나)와 상충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신의 영원성은 시간을 벗어난 현재성으로 있는 것이기에 (시간 논리에 종속되는 인간이 보기에)예지가 가능한 것이고, 또 마치 현재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지식()이 사물들에게 필연성을 첨가하지 않듯이 예지 또한 필연성을 첨가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요?(이에 대해서는 한 블로그를 참고하였습니다. http://blog.naver.com/pokara61/140003408225 )

그런데 또 위의 블로그에서는 예지라는 말보다 관조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개념이 헷갈려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질문을 정리해 여쭙자면 보에티우스의 신의 섭리-인간 자유의지 설명과 관련하여 예지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부적합한가요? 또 부적합하다면 교재에 나와있는 설명을 따르는 것이 옳은지요?

 

 

이 내용은 매우 복잡한 부분이어서 혼동이 일어날 수 있네요.

일차적으로 예정과 예지를 구분한 것은 예정을 강조하는 경우 인간의 자유의지를 모두 빼앗을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언급된 구분입니다.

신이 인간의 일에 일일이 개입하거나 기적을 통해 변경시키는 경우 실제로 인간이 행하는 행위할 수 있는 자유는 사라지고, 그 모든 행위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도 면제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실 보에티우스에게는 인간의 자유가 확립되어 있습니다.

철학의 위안마지막에는 분명하게 결단의 자유는 항상 이지러짐이 없이, 인간에게 갖추어져 있다(manet intermerata mortalibus arbitrii libertas)”고 말합니다.

그런데 철학의 위안5권에서는 인간의 자유와 하느님의 예지를 조화시키는 경우에 분명하게 일어나는 어려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만약 신이 모든 것을 미리 보시며 또 신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면 섭리가 미리 보고 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이 영원으로부터 인간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 생각과 그 원의를 다 알고 계시니 자유의지란 결코 없는 것입니다.” (철학의 위안, V,산문3)

이에 대해서 하느님이 미래의 사건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건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하느님은 그 사건들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들 그다지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한다면 피조물의 일시적인 사건들이나 행위가 하느님의 영원한 예지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엄밀하게 말한다면 하느님은 어떠한 것도 미리 알고 있는 것”(예지)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영원하고 영원성은 끝없는 생명의 전체적이고 동시적이며 완전한 소유라는 유명한 구절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인식은 하느님에게 있어서 미래에 있는 것에 대한 예지(미리 아는 것)가 아니라 하느님에게 있어서 영원히 현재에 있는 것, 즉 결코 사라져 가지 않는 순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현재에 있는 사건에 대한 인식은 그 사건에 필연성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관점에서는 미래이지만 하느님의 관점에서는 현재인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에 대한 하느님의 인식은 그 행위를 이미 결정되어 있는 필연적(자유가 없다는 의미에서)인 것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현재에 있는하느님의 직관이 지니는 그 영원성은 미래에 있는 행위의 성질과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예정과 구분하려 할 때는 예지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되지만 엄격하게 보에티우스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예지라는 단어조차도 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도 인간의 부족한 언어를 가지고 신에게 적용하는 데서 나타나는 어려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원한 현재의 상태에 있는 신의 입장에서는 예지라고 할 수 없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느님께서 알고 계시니 예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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