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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아퀴나스의 <존재자와 본질> 해설서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by 박승찬 posted Ap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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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자와 본질

제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귀국해서 세미나 시간에 다루었던 <존재자와 본질>이 드디어 20여년 만에 출간되었네요. 여러 가지 사유로 출간이 지연되었기에 거의 Royal Salute 급 숙성 시간을 거쳤습니다.

이미 2종의 번역이 있었기 때문에 번역에서 새로움을 찾기 보다는 모에르베케의 윌리엄처럼 레오니나 비판본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존 번역의 오류는 수정했습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중세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 아리스토텔레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형이상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이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히 사상과 개념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절판되었던 <신학요강>까지 도서출판 길에서 출간된다면, 신학과 철학 두 분야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완성되리라 기대합니다.

 

책소개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 세계로 들어가는 최적의 입문서이자 그의 철학 전체의 설계도.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에 있어 존재자와 본질은 이 책의 번역자인 박승찬 교수(가톨릭대, 철학)의 언급대로, 토마스 사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전체 사상의 설계도 구실을 하기에, 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방대한 그의 사유 체계 전반을 체계적으로 접하는 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옮긴이 해제: 토마스 아퀴나스 전체 사상의 설계도 『존재자와 본질』 9
옮긴이의 말 49

서론 61

제1장 존재자와 본질 개념의 일반적 의미 83
제2장 복합 실체에서 발견되는 본질 139
제3장 본질의 유, 종, 종차에 대한 관계 211
제4장 단순 실체의 본질과 존재 257
제5장 신과 지성 존재들과 영혼의 본질과 특성 327
제6장 우유 385

참고문헌 439
토마스 아퀴나스 연보 465
찾아보기 467

 


책소개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 세계로 들어가는 최적의 입문서이자 그의 철학 전체의 설계도
토마스 아퀴나스는 단순히 서양 중세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상적 거장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신학대전』과 『대(對)이교도대전』은 방대한 분량에서 뿐만 아니라 명석한 사고와 논리를 바탕으로 서양 사상의 두 뿌리인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도교를 성공적으로 종합해 냈다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명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그의 사상적 지평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의미에서 ‘영원의 철학’(philosophia perennis)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특히나 서양 철학이 태동할 때 가장 먼저 물었던 “모든 사물은 어디서부터 기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사유 지평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보면 그 독창성과 심오함을 엿볼 수 있다. 즉 그는 서양 형이상학의 전통에서 ‘존재’와 ‘본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처음 전면에 부각시킨 철학자로 각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토마스 아퀴나스 이전 시기까지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 ‘하나’(一)와 ‘많음’(多), ‘변화’와 ‘불변’(不變), 동(動)과 부동(不動)의 문제와 같이, 아직까지는 ‘존재’와 ‘본질’의 구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철학적 유산과 당대 이슬람 사상의 최전선이었던 아비첸나(Avicenna)의 철학 방법론을 가져와 자신만의 독특한 형이상학 토대를 구축한다.
이러한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에 있어 『존재자와 본질』은 이 책의 번역자인 박승찬 교수(가톨릭대, 철학)의 언급대로, 토마스 사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전체 사상의 설계도 구실을 하기에, 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방대한 그의 사유 체계 전반을 체계적으로 접하는 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질(essentia)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존재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술 세계에서 초창기 저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시 학문 동료와 후학들을 위해 집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당시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이 학자들의 저술과 대학 강의실에서 널리 사용되고는 있었지만 통일된 의미가 제시되지 않아 그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던 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학문 탐구에 도움을 주고자 ― 뿐만 아니라 이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철학적인 근본 개념들을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었다 ―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술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따라서 비록 초기의 저작이기는 하지만,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후 사상 세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사유의 씨앗들이 이 책에서 싹트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즉 이 책에서는 형이상학은 물론이거니와 논리학, 인식론, 신존재증명(또는 신론神論), 자연철학, 철학적 인간학 등이 포괄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이 소책자의 주제는 ‘본질’(essentia)이라는 개념과 이 본질이 존재 또는 논리적 개념들과 맺고 있는 관계이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토마스는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각각의 실재하고 있는 사물들에서, 특히 물질적 실체들 안에서 본질의 특성이란 무엇이며, 더 나아가 실체적이거나 우유적인 다양한 실재의 영역에서 유(有), 종(種), 종차(種差) 같은 논리적 개념들은 본질과 관련해 무엇을 표시하는가? 우리는 바로 이러한 논리적 개념들의 도움으로 정의(definitio)를 구성하는데, 이 정의의 대상이야말로 바로 본질이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우 많은 이전 사상가의 입장을 때로는 수용적으로 때로는 비판적으로 다룬다. 그 중에서도 주제에 부합하게 본질 개념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아비첸나의 사상을 주로 수용한다. 토마스가 이 책을 저술하던 1250년대에는 아비첸나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토마스는 본질 개념과 그것의 인식 가능성에 대한 원천을 해명함으로써 학생과 동료들에게 당시의 토론이 지니고 있던 중요성을 밝혔다. 더 나아가 이전 사상가들의 논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더욱 심오한 사상인 ‘존재의 형이상학’이라는 자신의 철학 세계로 이끌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여섯 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존재자와 본질의 명칭으로 무엇이 의미되는지를 고찰했다. 남은 다섯 개의 장에서는 서로 다른 사물들에서 어떻게 본질이 발견되는지를 고찰했다. 우선 둘째 부분(제2~3장)에서는 복합 실체들을 고찰한다. 제2장에서는 먼저 복합 실체의 존재자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이어서 복합 실체의 본질이 어떠한 근거에서 서로 다른지를 고찰한다. 제3장에서는 이러한 복합 실체의 본질이 논리적 개념들, 즉 유(有)와 차이(差異)의 개념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고찰한다. 셋째 부분(제4~5장)에서는 단순 실체의 본질과 존재를 다룬 이후에 신, 창조된 지성적 실체, 질료와 형상으로 합성된 실체에서 본질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발견되는가를 밝힌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이제까지 실체를 중심으로 다루었던 내용을 적용해 우유가 지닌 독특한 성격을 설명한다.
이러한 순서로 앞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토마스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결론에 도달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에 기반한 복합 실체와 단순 실체의 구별, 물질적이건 비물질적이건 간에 모든 피조물의 신적 존재에의 참여, 제1질료의 순수 가능성, 복합 실체의 개체화의 원리인 지정된 질료, 단순 실체들의 물질적 본성의 배격,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따라 논리적 개념과 추상적 형상의 실존하는 개별 실체에 대한 의존성, 창조된 본질과 존재 사이의 실재적 구별, 실체와 구별되는 우유의 속성들 등이 해명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뛰어넘어 서양 철학에 ‘존재의 형이상학’의 초석을 놓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를 통해 토마스 아퀴나스가 궁극적으로 밝히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사실 이 책의 서론부터 제6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실체’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모든 피조물이 본질과 존재로 합성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존재자들의 궁극적 근원인 자존하는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을 형성하는 데 있었다. 그 목표를 위해 그는 복합 실체와 감각적 물질세계에서 단순 실체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즉 모든 피조물을 실재적으로 구별되는 형상과 존재의 합성, 다시 말해 본질과 존재의 합성을 통해 설명했다. 또한 이렇게 합성된 존재는 모두 그러한 합성을 야기한 존재의 원인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다른 원인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모든 것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존재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제1원인인 신(神)을 순수 존재로 규정하고, 그로부터 존재를 분유받아 존재와 본질로 합성된 단순 실체와 복합 실체의 구별을 완성했다. 그는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러한 제1원인, 즉 존재와 본질이 같은 존재, 자존하는 존재 자체(ipsum esse subsistens)에 도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이로써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완전히 뛰어넘어 본래의 존재론, 즉 모든 존재자의 기초로 삼는 이른바 ‘존재의 형이상학’의 초석을 놓았다.

  • 박승찬 2021.04.30 09:25
    가슴 설레는 물음, 존재의 형이상학을 향하여
    등록 :2021-04-30 05:00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의 정수, 순수존재에 대한 통찰 담은 저작
    가독성·정확성 획기적 진전…역자 공력 드러낸 풍성한 후주 주목

    존재자와 본질
    토마스 아퀴나스 지음, 박승찬 옮김/길·3만5000원

    중세 스콜라 철학의 대표자 토마스 아퀴나스(1224/1225?~1274)의 신 존재 증명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는, 신 존재에 대한 그의 난해한 논변들도 증명이지만, 그가 남긴 천문학적 분량의 저작 자체가 곧 신 존재 증명이라는 농담이 있다.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신학대전>을 비롯해 <대(對)이교도대전>, <명제집주해> 같은 대표작은 물론이고, 각종 토론문제집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주해서도 규모가 방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는 그만큼 ‘토미즘’(아퀴나스에 의해 세워진 철학·신학 체계)이 ‘정복하기 불가능한 산’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표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스는 혹시라도 그 많은 저술 활동 중에 자기 사상의 정수를 간명하게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저작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이번에 새로 번역 출간된 <존재자와 본질>(De ente et essentia)이 반갑게도 그런 저작에 속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저작은 전 세계 대학에서 토미즘 입문용으로 가장 많이 강독되는 텍스트일 것이다. 그러나 보기보다 상당히 난해하고, 또한 압축적인 만큼 호흡이 빠른 텍스트여서, 여간한 인내와 상세한 안내 없이는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토마스는 이 책을 30살 무렵 파리대학에서 강사를 할 때 자신이 생활하던 생 자크 수도원의 동료 수사들을 위해 썼다. 당시 정돈되지 않고 사용되던 형이상학 용어에 혼란을 느끼던 연학(硏學) 수사들이 학문적으로 출중했던 토마스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고, 토마스는 동료들의 요청에 응해 이 책들을 저술했을 것이다. 그런데 토마스는 <존재자와 본질>을 저술하면서 단순히 교과서적 용어 정리에 그치지 않고, 후세 사람들에게 토미즘이라는 명칭으로 기억될 자기 사상의 독창적 핵심을 강단 있게 표출한다. 그 핵심은 대략 다음과 같다. 존재라는 것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현실화하는 힘이라는 것. 그리고 그 힘은, 그 힘이 없어도 무엇인가가 이미 있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연적으로 작용하는 힘’이 결코 아니라는 것. 결정적으로, 유한한 존재자들의 존재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본질에 다름 아닌 어떤 힘으로, 즉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어떤 순수하고 완전한 존재로 소급된다는 것.
    이 핵심을 보여주기 위해 토마스는 존재자와 본질이라는 명칭의 의미를 세밀하게 분류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유, 종, 종차 같은 논리학의 개념과, 우유, 실체, 형상, 질료 같은 존재론의 개념을 철저히 분석하고 적용한다. 이러한 설명을 거쳐 3장에서 토마스는 개별적 복합 실체 안에서 본질 개념이 이해되는 여러 방식들을 분류해 놓는데, 이는 본질 개념을 명백히 해놓아야 본질과 존재의 관계 규정에 따를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는 일종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질료와 형상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복합 실체의 경우든, 형상으로만 이루어진 단순 실체의 경우든, 본질(무엇임, essentia)은 존재(있음, esse)와 합성되어 존재자(있는 것, ens)가 된다. 비유하자면, 본질이란 사물의 규정성이라서 빛을 담는 그릇과 같은 것이고 존재란 그릇에 담기는 빛 같은 것인데, 토마스의 특유한 관점은 말하자면 ‘본질이라는 그릇’이 존재의 빛 없이는 애초에 ‘아직 실재할 수 없는’ 일종의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토마스는 이 점에서, 존재와 결합하기 위해서 본질이 그 자체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 위대한 아랍 철학자 아비첸나(980/987?~1037)와 다른 길을 갔을 뿐 아니라, 자신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동시대의 쟁쟁한 철학자였던 시제 브라방(1235/1240?~1281/1284?) 역시 존재와 본질의 관계에 대한 토마스의 해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으니, 오늘날 우리가 찬탄하는 토미즘의 존재의 형이상학이 적어도 당대부터 주류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존재와 본질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근거로 토마스는 곧바로 형이상학의 근본적 토대로 육박해 들어간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본질과 다른 모든 사물은 자신의 존재를 타자로부터 가져야 한다는 이론이 여기서 성립한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그리고 사고 상으로 경험하는 유한한 존재자들의 ‘공통존재’와 구별되는, 있음 자체가 곧 자신의 본질인 순수 존재의 발견, 이 명료한 철학적 발견이야말로 <존재자와 본질>이 도달하는 절정부다. 이 책은 신이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신이 어떤 의미에서 존재하는지는 분명하게 설명해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고전적 의미의 신 존재 증명 텍스트로 간주되지는 않지만, 철학적 신론의 기초가 담긴 텍스트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책은 이미 두 차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 나온 번역본이 가독성과 정확성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본문 번역의 분량을 훨씬 넘어서는 상세한 후주다. 짧은 본문 각주로 소화하기 힘든 긴 호흡의 배경 지식 설명을 여러 후주로 달아놓았는데, 후주에 또 각주가 달려 있을 정도니 입문자뿐 아니라 전공자에게도 별도의 소논문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원전을 정밀하게 장악하고 연구사를 세심하게 검토한 역자의 공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문한 식견이지만, 주해의 함량은 이 한국어 번역본이 전세계 어느 번역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 감히 추측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존재하는 것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실로 가슴 뛰는 질문이지 않은가? 철학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철학사에 토미즘이 끼친 심대한 영향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 <존재자와 본질>을 지나쳐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저 엄청난 질문을 던지며 조금이라도 가슴이 설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어볼 일이다. 아니 무엇보다, 토마스의 이 책이 그런 설렘을 깨우칠 것이다.
    김율 대구가톨릭대 교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93298.html#csidxa91680c724214f8926f830bce295fac
  • 박승찬 2021.05.17 18:28

    본질(essentia)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존재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대학지성 In & Out 기자 승인 2021.05.17 00:38 댓글 0페이스북

    ■ 존재자와 본질 | 토마스 아퀴나스 지음 | 박승찬 옮김 | 길 | 484쪽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적 지평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의미에서 ‘영원의 철학’(philosophia perennis)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특히나 서양 철학이 태동할 때 가장 먼저 물었던 “모든 사물은 어디서부터 기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사유 지평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보면 그 독창성과 심오함을 엿볼 수 있다. 즉 그는 서양 형이상학의 전통에서 ‘존재’와 ‘본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처음 전면에 부각시킨 철학자로 각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토마스 아퀴나스 이전 시기까지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 ‘하나’(一)와 ‘많음’(多), ‘변화’와 ‘불변’(不變), 동(動)과 부동(不動)의 문제와 같이, 아직까지는 ‘존재’와 ‘본질’의 구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철학적 유산과 당대 이슬람 사상의 최전선이었던 아비첸나(Avicenna)의 철학 방법론을 가져와 자신만의 독특한 형이상학 토대를 구축한다. 이러한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에 있어 『존재자와 본질』은 토마스 사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전체 사상의 설계도 구실을 한다.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술 세계에서 초창기 저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시 학문 동료와 후학들을 위해 집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당시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이 학자들의 저술과 대학 강의실에서 널리 사용되고는 있었지만 통일된 의미가 제시되지 않아 그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던 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학문 탐구에 도움을 주고자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술이다. 따라서 비록 초기의 저작이기는 하지만,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후 사상 세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사유의 씨앗들이 이 책에서 싹트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즉 이 책에서는 형이상학은 물론이거니와 논리학, 인식론, 신존재증명(또는 신론神論), 자연철학, 철학적 인간학 등이 포괄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이 소책자의 주제는 ‘본질’(essentia)이라는 개념과 이 본질이 존재 또는 논리적 개념들과 맺고 있는 관계이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토마스는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각각의 실재하고 있는 사물들에서, 특히 물질적 실체들 안에서 본질의 특성이란 무엇이며, 더 나아가 실체적이거나 우유적인 다양한 실재의 영역에서 유(有), 종(種), 종차(種差) 같은 논리적 개념들은 본질과 관련해 무엇을 표시하는가? 우리는 바로 이러한 논리적 개념들의 도움으로 정의(definitio)를 구성하는데, 이 정의의 대상이야말로 바로 본질이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우 많은 이전 사상가의 입장을 때로는 수용적으로 때로는 비판적으로 다룬다. 그 중에서도 주제에 부합하게 본질 개념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아비첸나의 사상을 주로 수용한다. 토마스가 이 책을 저술하던 1250년대에는 아비첸나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토마스는 본질 개념과 그것의 인식 가능성에 대한 원천을 해명함으로써 학생과 동료들에게 당시의 토론이 지니고 있던 중요성을 밝혔다. 더 나아가 이전 사상가들의 논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더욱 심오한 사상인 ‘존재의 형이상학’이라는 자신의 철학 세계로 이끌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모두 여섯 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제1장에서는 존재자와 본질의 명칭으로 무엇이 의미되는지를 고찰했다. 남은 다섯 개의 장에서는 서로 다른 사물들에서 어떻게 본질이 발견되는지를 고찰했다. 우선 둘째 부분(제2~3장)에서는 복합 실체들을 고찰한다. 제2장에서는 먼저 복합 실체의 존재자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이어서 복합 실체의 본질이 어떠한 근거에서 서로 다른지를 고찰한다. 제3장에서는 이러한 복합 실체의 본질이 논리적 개념들, 즉 유(有)와 차이(差異)의 개념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고찰한다. 셋째 부분(제4~5장)에서는 단순 실체의 본질과 존재를 다룬 이후에 신, 창조된 지성적 실체, 질료와 형상으로 합성된 실체에서 본질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발견되는가를 밝힌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이제까지 실체를 중심으로 다루었던 내용을 적용해 우유가 지닌 독특한 성격을 설명한다.

    이러한 순서로 앞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토마스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결론에 도달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에 기반한 복합 실체와 단순 실체의 구별, 물질적이건 비물질적이건 간에 모든 피조물의 신적 존재에의 참여, 제1질료의 순수 가능성, 복합 실체의 개체화의 원리인 지정된 질료, 단순 실체들의 물질적 본성의 배격,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따라 논리적 개념과 추상적 형상의 실존하는 개별 실체에 대한 의존성, 창조된 본질과 존재 사이의 실재적 구별, 실체와 구별되는 우유의 속성들 등이 해명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를 통해 토마스 아퀴나스가 궁극적으로 밝히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사실 이 책의 서론부터 제6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실체’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모든 피조물이 본질과 존재로 합성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존재자들의 궁극적 근원인 자존하는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을 형성하는 데 있었다. 그 목표를 위해 그는 복합 실체와 감각적 물질세계에서 단순 실체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즉 모든 피조물을 실재적으로 구별되는 형상과 존재의 합성, 다시 말해 본질과 존재의 합성을 통해 설명했다. 또한 이렇게 합성된 존재는 모두 그러한 합성을 야기한 존재의 원인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다른 원인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모든 것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존재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제1원인인 신(神)을 순수 존재로 규정하고, 그로부터 존재를 분유받아 존재와 본질로 합성된 단순 실체와 복합 실체의 구별을 완성했다. 그는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러한 제1원인, 즉 존재와 본질이 같은 존재, 자존하는 존재 자체(ipsum esse subsistens)에 도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이로써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완전히 뛰어넘어 본래의 존재론, 즉 모든 존재자의 기초로 삼는 이른바 ‘존재의 형이상학’의 초석을 놓았다.

    원문보기:
    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54


  1. 토마스 아퀴나스의 <존재자와 본질> 해설서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귀국해서 세미나 시간에 다루었던 <존재자와 본질>이 드디어 20여년 만에 출간되었네요. 여러 가지 사유로 출간이 지연되었기에 거의 Royal Salute 급 숙성 시간을 거쳤습니다. 이미 2종의 번역이 있었기 때문에 번역에서 새로움을 찾기 보다는 모에르베케의 윌리엄처럼 레오니나 비판본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존 번역의 오류는 수정했습니다...
    Date2021.04.23 Views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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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신앙, 인문학을 만나다

    *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한 방역 단계별 조치 및 교구지침에 따라 대면 강의는 비대면 강의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비대면 강의는 <유튜브>로 진행됩니다. ▣ 강사 소개 (강의순) - 박승찬(엘리야) 교수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 최광희 (마태오) 신부 서울대교구 사제 / 성 앵베르 센터 부센터장 - 정석 (예로니모)교수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시 간 4월15일~6월10일 매주(목...
    Date2021.03.17 Views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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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진상 치유 인문학 강좌: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영성(3월 4일, 11일, 18일; 10:00)

    코로나 19로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등 사회 전체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상황 속에서 그리운 김 추기경님의 영성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이 위중하여 비대면으로도 참여하실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Date2021.02.24 Views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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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BS 클래스e <중세의 위대한 유산>

    중세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알릴 기회라 없는 시간 쪼개서 EBS 클래스e 강의를 촬영했는데 다른 강의들과 달리 EBS 1이 아니라 EBS 2의 초심야 시간에 내보내네요. 배정된 채널과 시간을 보니 ‘중세는 암흑기’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이네요. EBS에서는 방송된다는 사실을 알릴 마음도 없어서 제가 방송시간도 정리해서 알려 드...
    Date2020.12.31 Views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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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티앤씨 재단 혐오관련 토크콘서트

    [티앤씨 APoV 컨퍼런스] ‘Bias, by us’ 토크콘서트가 티앤씨재단 유튜브 채널에 오픈 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중세 유럽 마녀사냥부터 놀이가 된 온라인 혐오에 대해, 2부에서는 혐오에 맞서는 용기와 방법에 대해 ‘Bias, by us’의 다섯 분 교수님들께서 깊은 성찰과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이벤트도 놓치지 마세요! ◼︎ 당일 시청 이벤트 12월 12일(토...
    Date2020.12.12 Views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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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네이버 열린 연단 "그리스 로마 문화와 그리스도교의 만남"(박승찬 교수)

    네이버 열린 연단에서 "그리스 로마 문화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란 주제로 발표했던 동영상이 공개되었네요.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어려울 수도 있지만 여유 있을 때 편안하게 한 번 보세요. https://tv.naver.com/v/16243598 강상진 교수님과의 토론에서도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니 좀 길더라도 시간되시는 분들을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s://tv.naver.com/v/162...
    Date2020.10.16 Views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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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티앤씨재단 APOV 컨퍼런스 일시 10월 02일(금) 10:00 ~ 10월 04일(일) 23:30

    티앤씨재단 APOV 컨퍼런스 일시 10월 02일(금) 10:00 ~ 10월 04일(일) 23:30 장소 온라인 (이벤터스 웨비나) 신청 09월 21일(월) 00:00 ~ 10월 02일(금) 10:00 진행중 비용 무료 https://event-us.kr/tncfoundation/event/22482
    Date2020.09.25 Views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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