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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특집] 우리를 위하여 밥이 되신 분, 김수환 추기경 … ‘작은 김수환 운동'

by 박승찬 posted Aug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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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우리를 위하여 밥이 되신 분, 김수환 추기경 … ‘작은 김수환 운동'
 
첨부   작성일 2019-08-15 조회 7
 
 
 

바보에게 길을 묻다

 

우리를 위하여 밥이 되신 분, 김수환 추기경 … ‘작은 김수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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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교수 /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

 

 

 

우리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셨던 10년 전 명동성당을 에워쌌던 그 길고 긴 추모 행렬을 기억하고 있다.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당시 소 식을 듣고 달려온 조문객들은 명동성당 입구를 지나 가톨릭회관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을 만들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몇 시간을 기다려 명동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던 조문객들이 무려 40만 명에 이르렀다. 그 뜨거웠던 추모 열기는 내·외신을 통해 온 세상에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김 추기경의 선종에 대해 그토록 애통했던 것일까?

 

외형적으로만 보면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란 위상이 작용한 것 같지만, 그것만이라면 다른 분들도 그 정도의 추모를 받았을 것이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목소리를 낸 것이 가장 컸다. 예를 들어, 1987년 시위를 마친 대학생들이 명동성당으로 피신해 들어왔을 때 정부 책임자에게 ‘나를 밟고 가라’고 한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아주 큰 인상을 줬던 것 같다. 그렇지만 민주화를 위한 기여 이상의 매력을 김 추기경은 가지셨던 것 같다.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로 동성학교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그림을 부탁 받으셨을 때, 자화상을 그리신 것도 독특한데, 다 그리시고 나서는 ‘바보야’라고 쓰셨다. 하도 이상해서 “왜 바보야, 라고 쓰셨나요?” 하고 질문하자 김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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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 강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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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화상 바보야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이런 ‘바보’가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사람들은 그토록 열광했고, 아직도 그를 못 잊어 하는 것일 까? 우선 그의 가르침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인간 존중과 진정한 평화에 대한 가르침

 

김수환 추기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발견하기 위해서,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 전집』에는 ‘인간’, ‘사람’이란 단어가 매우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도 물론 인간에 대한 가장 유명한 정의인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아리스토텔레스)나 ‘이성적’ 존재로서의 자율성과 인격성에서 찾는 칸트의 사상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입장을 ‘지성의 능력을 잃은 바보나 식물인간은 존엄하지 못한 것이 된다’는 이유로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한 인간의 존엄성이 단순히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김 추기경이 생각하는 인간 존엄성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무수한 연설 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핵심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으며,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고,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거룩한 사랑의 소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필요할 때면 이러한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신비라고 표현하면서 ‘인격’(persona)이라는 단어로 축약해서 표현한다. 바로 이러한 설명에는 그리스도교와 고대 그리스 철학이 만나면서 얻게 된 새로운 성찰이 자리잡고 있다. 보에티우스(Boethius, 480-524/5)는 ‘인격은 이성적 본성을 지닌 개별적 실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는 ‘개별적인 실체’ 라는 표현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만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인간들이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통해 각 개인이 구원받아야 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김 추기경은 우리 인간 사회가 내버린 사형수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들마저 존엄하다면, 사회의 다른 모든 구성원들의 존엄성은 당연히 인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이 바로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파키스탄인 사형수들과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이도행 씨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 낼 수 있었다.

 

김 추기경은 각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존중해야 함을 일깨운다.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김 추기경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가톨릭교회의 정신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기 위해서 ‘공동선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존경했던 교황 23세의 회칙 「지상의 평화」를 소개하며 공권력은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며, 물질에만 기울어지지 않는 인간의 정신과 영혼의 가치를 포함한 전 인간적 완성에 봉사함으로써 ‘공동선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그런데 공동선은 개인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각 개인의 완성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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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7.4 남북 공동 성명과 8.3 긴급 조치에 대한 메시지 발표(CCK, 1972.8.9)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을 구성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바로 ‘정의와 평화’이다. 그는 특히 ‘평화’에 대한 매우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해 준다. 김 추기경은 우선 참 평화와 거짓 평화를 구별하기 위해서 “세상이 주는 평화, 물리적 힘(무력이나 재화)으로 얻고 지키려는 평화”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물론 그는 실제로 많은 현실 정치인들이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태도를 유일한 평화 유지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한다. 김 추기 경은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폭발력이 이미 인류를 몇십 차례 절멸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는 무력의 균형, 경쟁을 통한 평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전쟁이 없는 상태나 조용한 사회’를 참 평화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는 통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의 ‘참된 평화’ 개념은 철저하게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평화는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참된 평화’를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정의의 실현’이다.

 

“그렇다면 평화는 과연 무엇일까? 전쟁 없는 상태 를 평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힘과 힘의 불안스러운 균형으로 전쟁을 피하기만 하는 그 상태가 평화일 수는 없다. 참된 평화는 정의의 실현이요, 더욱더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들의 항구한 노력으로써 얻어지는 질서인 것이다.”

 

김 추기경이 스스로 밝히듯이 이러한 성찰에 대한 영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얻었다. 그런데 그는 정의가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함을 분명하게 밝힌다.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서 정의의 구현이 필수 조건이지만, 정의는 냉혹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정의만으로는 참된 평화는 이룩되지 못한다.”

 

따라서 김 추기경은 「사목헌장」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정의 위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다 차원 높은 인간관계는 단지 정의에 입각하여 서로 해치지 않고 상호존중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위하는 것입니다. 사랑에는 희생이 따릅니다. 그 희생까지도 감내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할 때,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그때, 참된 평화가 이룩될 것입니다.”

 

따라서 김 추기경은 인간 존엄을 위협하는 탄압과 폭력에 맞서 투쟁할 것을 요청하면서도 평화적 수단의 사용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그는 성 프란치스코나 마더 데레사와 같이 자신이 존경했던 멘토들의 모범에 따라 비폭력적으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 추기경은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평화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고통을 잘 참아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 스스로 많은 이들에게 오해를 샀지만 놀라울 정도의 인내로 참고 기다림으로써 교회 공동체의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 어떤 기자가 “얼마 전 […] 후배 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한 신부도 추기경께서는 시대에 뒤지신 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라고 묻자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런 비판을 한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분들의 지적은 저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지금까지 너무 칭찬 말씀만 듣고 살아서 ‘나를 우상으로 만들려는가’ 하고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 습니다.”고 대답했다.

 

김 추기경은 또한 추상적이거나 내세적인 평화보다도 ‘지금 여기’에서부터 실현해야 하는 현실적 평화, 일상생활 속의 평화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참된 평화를 ‘마음의 평화’라고 부를 뿐만 아니라 종종 ‘생활 속의 평화’라고 부른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그 나눔의 발자취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에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 이들의 인간 존엄성이 인정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들이 사회와 세상 속에서 참으로 사랑받고 대접을 받을 때 그 사회와 세상 자체가 정녕 인간다운 인간의 사회와 세상이 될 수 있고, 또한 거기에 인류의 구원과 참 평화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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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더 데레사와 김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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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철거민들과의 성탄 미사(1986.12.24)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에만 머물지 않고 남을 사랑할 때에 남을 향해서 자신을 열 때에 참으로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남을 생각지 않고 자기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폐쇄된 사람이요, 폐쇄된 사람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이상스럽게 자신을 사랑으로 남김없이 주면 줄수록 스스로도 풍요해집니다.”

 

김 추기경 스스로 교회의 주요 축일 때가 되면 항상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했다. 철거촌에 가서 집을 잃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던 추기경, 가난하고 약한 이들, 심지어는 집창촌에까지 찾아가 종사자들을 만나던 모습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따르려 했던 것이다. 교회의 명절 때마다 자신의 위로가 필요했던 사회적 약자와 빈민들을 선택했던 추기경의 모습은 바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회교리의 중요한 가르침을 몸으로 가르쳐 주는 교과서였다. 김 추기경은 노동자를 옹호하는 교회의 활동을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돕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행동’으로 규정한다.

 

김 추기경은 가난한 이에 대한 인권 침해야말로 하느님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희생자들에 대한 무관심은 강도를 만나 상처 입은 사람을 옆에 두고 그냥 지나가는 사제나 레위인의 행동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는 종종 가난한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은 오랜 원의와 그렇지 못한 격차에서 오는 회한을 드러내 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용산 ‘막달레나의 집’이라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쉼터를 방문했던 일화에서 나타나듯이 어떤 고위 성직자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김 추기경은 단순히 우월감에서 베푸는 것을 자선과 나눔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는 자기희생이 따른다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명동 대성당 같이 거룩한 곳에 상계동 철거민들의 천막들이 세워져 오랫동안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성당 마당을 점거한 이들을 방치해서 발생하는 불편함에 대해서 비판할 때, 김 추기경은 성목요일 예절 때 그들의 발을 씻어주며 묵묵히 견뎌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그의 지원도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김 추기경은 필리핀인들에 대해서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1992년 명동에 외국인노동자상담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승인했고, 1996년 외국인노동자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기도 했다.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다녀간 후 바로 명동성당에서 필리핀인들을 위한 미사를 열었다. 이것이 혜화동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미사로 연결되었고 라파엘 클리닉으로까지 발전했다. 국적과 국경을 넘어서 진정한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에게 독재에 대한 저항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옹호는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한 모든 이를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수용한 결과였다. 그는 이미 독일 유학 시절 마지막에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서 소집된 공의회 개막 미사를 체험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더욱이 가톨릭시보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의 어떤 언론도 주목하지 않을 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소식을 적극적으로 한국에 소개했다. 이러한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은 미사 경본의 성체 축성 기도문에서 따온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라는 김 추기경의 사목표어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1968년 5월 29일,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취임 미사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의 소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짐이 얼마나 무거우며, 또 그것이 교회를 위해 어떤 뜻이 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모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때에 교회가 천주의 장막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가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를 생활로써 증거해 달라’고 하는 사회 요구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교회는 모든 것을 바쳐서 사회에 봉사하는 ‘세상 속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김 추기경은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신앙이 영혼이나 개인 윤리 또는 가족과 교회에 관련된 일에만 국한되어 개인적인 일이 되는 것을 지양하고, 교회도 세상 안에서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자신의 삶 안에서 신앙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사회 속에서 타자를 향하는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인간의 모든 문제, 특히 가난과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의 문제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추기경은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세상을 위한 교회’가 될 때에만 진정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따라서 김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교회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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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첫 미사(명동성당, 1994.4.24)
 
“한국교회는 확실히 내적 쇄신이 있어야 합니다. 복음에 의해서 사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하나의 종교단체일 수는 있어도 이 사회 속에 빛이 되고 소금이 되며 생명이 되고, 구원이 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일 수는 없습니다.”
 
김 추기경은 이러한 교회의 역할을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밥’이란 표현을 이용해서 설명해 주었다. “성체성사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밥이 되는 일이다. 사람들이 쟤 밥이야 할 때, 먹혀주는 것이야말로 극진한 자기희생의 사랑의 끝이다.” 그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온전히 바친 예수 그리스도처럼 모든 것을 바쳐 모든 이 에게 밥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 것이다. 실제로 향년 87세로 눈을 감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각막 기증을 통해 ‘나눔’을 실천한 사람, 김 추기경의 통장에 남아 있던 340만원까지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작은 김수환 운동’, 나눔의 기적을 위해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은 현대사회의 위기에서 가톨릭 사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 준다. 김 추기경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바로 인간 존중과 사랑이었고, 선종하기 직전까지 “서로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그 뒤 10년간 한국 사회는 그 유지를 잘 따랐을까. 김 추기경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충고했고, 무한경쟁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의 세월호 사건, 구의역 사건, 김용균 씨 사건까지 10년 동안 나아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늘날 더욱 팽배해진 물질만능주의는 일찍부터 김수환 추기경이 우려했던 일이다. 예전에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없는 와중에도 서로 나누려는 인정과 베풂이 있었지만 지금은 금전적 상황이 훨씬 나아졌는데도 도리어 이웃을 돌보는 마음의 여유는 없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영적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갑질’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말하며 이는 어느덧 우리 안에 돈의 가치만 중시되는 가치관이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젊은이들에게까지 이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면 이것은 1차적으로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며 먼저 기성세대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히려 본인이 강의와 일련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학생들은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고, 이런 의미에서 여전히 그 나눔의 불씨는 살아 있다. 오히려 교육을 포함한 지금의 모든 것들이 ‘기-승-전-물질적 성공’으로 그 결과에만 집중되어 있었기에 젊은이들이 무한경쟁의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면 지금 소외되고 있는 어떤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평신도들이 젊은이들에게 나눔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사랑과, 사랑의 전폭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2010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년을 맞아 이 시대의 참된 지도자 상을 보여준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사상, 영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그가 삶의 지표로 제시한 감사·사랑·나눔 그리고 이웃 사랑의 실천을 우리 사회에 내면화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과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 교육은 물론 학부모,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 왔다. 나아가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영성과 가치를 공유했던 인물들에 대한 연구로 그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본 연구소에서는 특별히 청소년의 인성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성세대의 대부분은 김수환 추기경을 알고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 그들에겐 아주 옛날 분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현대사회에서 그분의 가르침은 훨씬 더 중요하고 더 절실히 필요하다. 어떤 문제가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 뒤에는 대개가 그런 원인을 제공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부모의 왜곡된 가치관이나 자녀에 대 한 그릇된 사랑 등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소에서는 학생들의 인성 교육과 더불어 학부모와 시민 교육을 마련하고 지원함으로써 정의, 평화, 사랑,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고 있 다. 이러한 연구소 활동들은 김 추기경이 평생 동안 강조했던 정직과 성실, 그리고 인간 존중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결국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의롭고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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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에 설치된 김수환 추기경 부조
 
이를 위해 현재 김수환추기경연구소에서는 인문 상담 집단 프로그램인 ‘생각 사이-다’와 ‘PEACE-LTB’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이상의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먼저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한 리더와 강사들은 학생들이 이미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더욱이 학교에서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던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성숙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선생님이나 동료들조차 감동했다. 그 학생들에게 김 추기경의 얘기를 들려주면 자신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지금껏 잘 헤쳐 나가고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본 연구소에서는 요즘 ‘작은 김수환 운동’을 시작 하고 있다. 단지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그분의 가르침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가 머물고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것이야말로 작은 김수환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희생이 없는 진정한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신 김 추기경은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과 나눌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나눔 정신의 기적인 셈이다.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세상 곳곳에 존재해 계시는 분,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고 떠나신 분. 그분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작은 김수환이 되어 그 기적의 나눔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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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광주인권평화재단·광주가대 신학연구소 ‘5·18과 공동체’ 심포지엄

    광주인권평화재단·광주가대 신학연구소 ‘5·18과 공동체’ 심포지엄 폭력에 맞서 대안 공동체 실현했던 5·18 정신 계승 발행일2019-06-02 [제3147호, 4면] 광주인권평화재단(이사장 김희중 대주교)과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
    Date2019.05.29 Category일반 By박승찬 Views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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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정신 계승 위한 ‘5·18과 공동체’ 학술심포지엄 개최

    오월정신 계승 위한 ‘5·18과 공동체’ 학술심포지엄 개최 IMG_0408.JPG(2048kb)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5/24 17:03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이선영기자 =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Date2019.05.27 Category일반 By박승찬 Views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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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가톨릭학교법인 인터뷰] 우리를 위하여 밥이 되신 분, 김수환 추기경

    함께 소중한 우리 구분 | 201904 카테고리 | 함께 소중한 우리 작성일 | 2019-04-01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10년 전 명동성당을 에워쌌던 그 길고 긴 추모 행렬 역시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
    Date2019.04.16 Category일반 By박승찬 View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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