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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법인 인터뷰] 우리를 위하여 밥이 되신 분, 김수환 추기경

by 박승찬 posted Apr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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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소중한 우리
  • 구분 | 201904
  • 카테고리 | 함께 소중한 우리
  • 작성일 | 2019-04-01
함께 소중한 우리 우리를 위하여 밥이 되신 분, 김수환 추기경 나눔의 기적… ‘작은 김수환 운동’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10년 전 명동성당을 에워쌌던 그 길고 긴 추모 행렬 역시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당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조문객들은 명동성당 입구를 지나 가톨릭회관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을 만들었고 그 행렬은 세종호텔 앞을 지나 명동역 9번 출구까지 넘어섰던 걸로 기억한다. 그 5일장을 치르는 동안 조문객들은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몇 시간을 기다려 명동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고, 그렇게 다녀간 이가 무려 40만 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평생을 약자의 편에 서서 온몸으로 사랑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한마음으로 배웅했던 것이다. 그 뜨거운 추모 열기는 내·외신을 통해 세상에 퍼져 나갔고 그 얘기는 그 후로도 두고두고 회자되었으며 선종 1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언급되고 있는 것 같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와 박승찬 교수

“저에게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릴 때부터 각별한 분이셨죠.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복사를 할 때였는데 추기경님께서 서울대교구장님이 되면서 남산 야외 음악당에서 미사를 하셨죠. 그때 복사를 하고 있던 저는 먼발치서 추기경님을 뵐 수 있었어요. 또 계성초등학교 당시 전교회장을 맡고 있던 터라 견진성사 때 대표로 추기경님을 뵈었는데 그때는 저를 포근히 안아 주셨죠. 어린 마음에도 그것이 어찌나 가슴 벅찼던지 지금까지도 그걸 잊지 못합니다. 독일 유학할 때는 가까이서 뵙고 식사도 함께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독일의 학문 경향을 물어보시며 경청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 박승찬 교수(가톨릭대학교 인문학부 철학전공) 역시 그분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이 없었다면 소장을 맡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특별한 인연으로 어릴 때부터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했다는 박승찬 소장은 가톨릭대학교 성심대학원장이라는 보직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것은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생전에 ‘세상 속 교회’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보여 주었던 그 가톨릭 정신을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잘 전하고 싶었고 그것을 온전히 우리 사회에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성심대학원장의 임기가 끝나면서 박 소장은 이제 연구소 일에만 집중하게 되어 사실은 몸도 마음도 더 바빠졌다며 오히려 밝게 웃는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2010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년을 맞아 이 시대의 참된 지도자 상을 보여 준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사상, 영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그가 삶의 지표로 제시한 감사·사랑·나눔 그리고 이웃 사랑의 실천을 우리 사회에 내면화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나아가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영성과 가치를 공유했던 인물들에 대한 연구로 그 연구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과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 교육은 물론 학부모,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기본적 연구 외에 특별히 청소년의 인성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성세대의 대부분은 김수환 추기경님을 알고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경향이 있죠. 그들에겐 아주 옛날 분처럼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사실 현대사회에서 그분의 가르침은 훨씬 더 중요하고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문제가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 뒤에는 대개가 그런 원인을 제공한 부모가 있기 마련입니다. 부모의 왜곡된 가치관이나 자녀에 대한 그릇된 사랑 등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연구소에서는 학생들의 인성 교육과 더불어 학부모와 시민 교육을 마련하고 지원함으로써 정의, 평화, 사랑,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고있습니다.”

박승찬 소장은 이러한 연구소의 활동들은 김수환 추기경이 평생 동안 강조했던 정직과 성실, 그리고 인간 존중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종내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의롭고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그 나눔의 발자취

“이 짐이 얼마나 무거우며, 또 그것이 교회를 위해 어떤 뜻이 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모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때에 교회가 천주의 장막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가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를 생활로써 증거해 달라.’고 하는 사회 요구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교회는 모든 것을 바쳐서 사회에 봉사하는 ‘세상 속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1968년 5월 29일,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취임 미사 강론에서 이같이 밝힌 김수환 추기경은 이미 2년 전 ‘여러분과 또한 많은 이들을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라는 사목 표어를 정할 당시부터 세상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온전히 바친 예수 그리스도처럼 모든 것을 바쳐 모든 이에게 밥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훗날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할 때도 이 사목 표어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로 해석을 조금 고쳐서 그대로 사용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말 그대로 그의 신앙과 삶은 세상 사람들을 위해 밥이 되어 주는 것이었다. 향년 87세로 눈을 감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각막 기증을 통해 ‘나눔’을 실천한 사람, 김 추기경의 통장에 남아 있던 340만 원까지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내친김에 여기에 꼭 소개하고 싶은 추기경님의 얘기를 더 들려 달라고 기자가 요청하자 박승찬 소장은 손사래부터 친다. 너무 많아서 몇 개를 골라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 박승찬 교수
“추기경님께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간 횟수는 놀랍기만 합니다. 특히 그분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백안시하고 등한시했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성탄 때마다 찾아가신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그들과 함께하고자 하셨어요.”

“추기경님께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간 횟수는 놀랍기만 합니다. 특히 그분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백안시하고 등한시했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성탄 때마다 찾아가신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그들과 함께하고자 하셨어요.”

그 한 예로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로 알려진 ‘막달레나의 집’ 이옥정 전 대표는 한 토크쇼에서 “정월 대보름이면 추기경님께서 허름한 사복 차림으로 막달레나 공동체를 찾아와 우리 입소자들과 윷놀이를 즐기며 격 없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 일은 일회성으로 끝난 게 아니라 1980년대부터 정월 보름마다 이어졌으며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받던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음으로써 많은 피해 여성들이 마음을 열고 신앙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김 추기경은 그들이 소중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아파했으며 그들을 그들 자체로서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럼에도 김수환 추기경은 상계동 세입자들이 강제 철거반에 항거하고 있을 당시 그들과 함께하는 정일우 신부와 손인숙 수녀를 보며 본인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너무 안타깝게 여기고 미안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승찬 소장은 성탄 즈음에 일어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상계동 철거민들과 성탄 미사를 함께하기 위해 직접 그곳을 찾아간 때였다. 하지만 미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철거반이 와서 포클레인으로 현장을 밀어 버리는 바람에 미사 도구가 다 부서지고 말았다. 손인숙 수녀가 미사를 못하게 되었다며 울음을 터뜨렸을 때 김수환 추기경은 “걱정하지 마라.”며 “하늘과 땅만 있으면 거적때기를 깔아 놓고라도 미사를 하겠다.”고 말하고는 그렇게 미사를 진행했다. 그 일로 철거민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한편으로 철거민들이 명동성당에서 오랫동안 노숙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승찬 소장은 “만약 김수환 추기경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사실상 그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어쩌면 김수환 추기경에게는 또 하나의 큰 짐을 지게 된 일이었을 거라고 전한다. 하지만 상계동 철거민들에 대한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은 남달랐다. 명동성당 신자들 가운데서 ‘그들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목소리가 있을 때도 오히려 김수환 추기경은 성목요일이 되자 철거민들 중 2명을 뽑아 세족례를 실행하며 그들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들임을 몸소 보여 주어 강퍅했던 신자들의 마음을 풀어 주기도 했다. 그에 보답하듯 상계동 철거민들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 당시 학생들이 몸을 피해 명동성당으로 몰려왔을 때 그 300여 명 학생들을 위해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성껏 밥을 지어 먹여 학생들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작은 김수환 운동’, 나눔의 기적을 위해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나눈다고 할 때 꼭 한번 돌아봐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눔은 내가 뭔가 우월해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추기경님께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실 때마다 늘 미안해하셨어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며 말씀하시곤 했죠. 직접 투신해서 살지 않는다 해도 항상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셨던 분이셨어요. 나눔은 그들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 주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들도 우리와 같은 똑같은 인격체이며 그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몸소 보여 주셨지요.”

박승찬 소장은 특히 오늘날 더욱 팽배해진 물질 만능주의는 일찍부터 김수환 추기경이 우려했던 일이라고 강조한다. 예전의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없는 와중에도 서로 나누려는 인정과 베풂이 있었지만 지금은 금전적 상황이 훨씬 나아졌는데도 도리어 이웃을 돌보는 마음의 여유는 없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영적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갑질’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말하며 이는 어느덧 우리 안에 돈의 가치만 중시되는 가치관이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만약 젊은이들에게까지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면 이것은 1차적으로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며 먼저 기성세대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박 소장은 자신의 강의와 일련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여전히 그 나눔의 불씨는 살아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울러 박 소장은 교육을 포함한 지금의 모든 것들이 ‘기-승-전-물질적 성공’으로 그 결과에만 집중되어 있었기에 젊은이들이 무한 경쟁의 끝에 내몰려 있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면 지금 소외되고 있는 어떤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피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젊은이들에게 나눔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사랑과, 사랑의 전폭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김수환추기경연구소에서는 인문 상담 집단 프로그램인 ‘생각 사이-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이상의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먼저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한 리더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이미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더욱이 학교에서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던 학생들이, 심지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성숙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선생님이나 동료들조차 감동했다는 것이다. 그 학생들에게 김수환 추기경의 얘기를 들려주면 자신들이 무한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지금껏 잘 헤쳐 나가고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한다. 바로 청소년들에게서 나눔의 불씨가 지펴질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가능성을 본다는 박 소장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것이야말로 영적 빈곤을 채울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기성세대의 가치관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역할을 나눠 맡는 ‘작은 김수환 운동’을 얘기합니다. 단지 김수환 추기경님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그분의 나눔 정신을 이어 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가 머물고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작은 김수환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희생이 없는 진정한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신 추기경님께서는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과 나눌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았다고 기뻐하셨지요. 그것이 바로 나눔 정신의 기적입니다.”

박승찬 소장은 이러한 나눔 정신의 확산을 위해 김수환추기경연구소에서는 앞으로도 청소년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특히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교 밖 사회복지시설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더 확대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모와 시민을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며 연구소의 고유한 사업, 이를테면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진 김수환 추기경의 기록을 한데 모으고 외국 활동 중에 만났던 생존해 있는 지인 취재 및 기록을 수집하는 것 외에도 국내 기록물을 영어로 번역 소개하는 것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김수환추기경국제관을 나오는데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밀려든다.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세상 곳곳에 존재해 계시는 분,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고 떠나신 분. 그분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작은 김수환이 되어 그 기적의 나눔을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도 물결처럼 일렁인다. 그리고 기자 또한 작은 김수환이 되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게 무엇이든 그분의 나눔 정신을 미약하나마 이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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