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정의와 육체와 영혼 사이에 관한 문제는 철학적으로 매우 난해한 문제이고, 종교적인 전제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완벽하게 설명되기 힘든 가설로 남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됩니다.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대표적인 몇 가지 입장만을 소개하지요.

플라톤의 철학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영육이원론(더 정확하게는 육체-영혼-정신의 삼분법)의 경우에는 영혼의 감옥이나 무덤의 역할을 하는 육체로 부터 벗어나는 것을 일차적으로 죽음이라고 하겠지요. 육체는 영혼이 사멸할 것의 왕국에 살아가는 동안 부과되는 오직 우연한 제한일 뿐입니다. "육체로부터의 영혼의 이 분리 및 해방을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Phaidon, 67d) 죽음은 여기서 영혼의 최고의 해방으로 이해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육체적 죽음 이후에도 영혼만은 계속해서 불멸하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영육 이원론의 입장은 계속해서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합리론 등에서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와 아주 대조적인 것은 육체적인 일원론입니다. 여기서는 정신이란 육체에 따라서 나타나는 물질적인 또는 부대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이지요. 데모크리토스에게서 언급되었던 것은 에피쿠로스 학파를 거쳐 계몽주의 시대 이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지요. 이 경우에 죽음이란 단지 육체의 소멸과 이에 따른 자동적인 정신의 소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입장을 벗어나는 입장을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그리스도교 사상가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 따라 "인간이라는 합성체 안에는 단 하나의 실체적 형상인 영혼이 존재한다"라고 말함으로써 영혼과 육체의 통일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육체와 영혼이 결합된 상태가 더욱 완전한 것이지 이것이 분리된 것을 이상적인 경우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교 사상가였던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육체적 죽음이외에도 영혼은 계속해서 개별성을 유지한 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육체에서 떨어져 나온 손처럼 불완전한 상태일지라도 말입니다.
토마스는 그리스도교 전통에 따라 나중에 다시 개별적인 육체를 지닌 상태로 인간이 부활할 경우에만 다시 완전한 형태의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설명은 벌써 철학의 영역을 넘어서서 신학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배지열 학생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서 복잡한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죽음에 관해서 철학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역시 죽음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data에 실려있는 고등학교 철학의 죽음 파트나 인간학 교과서의 죽음에 관련해서 제가 쓴 내용을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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