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8. 24발행 [1279호]
[시사진단]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환한 웃음을 되돌려주자
박승찬 엘리야(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니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시아 젊은이들을 만나셨다. 아시아 젊은이들은 준비과정에서부터 동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의 기쁨을 맛보았고, 교황님 앞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일상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표정에서는 이런 환한 웃음을 찾을 수 없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뇌가 느껴진다. 고령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대비되는 한국 젊은이들의 근심 어린 표정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한국 사회는 젊은이들을 무한한 경쟁으로 몰아넣어서 그들의 웃음을 빼앗아 버렸다. 교황님 말씀에서처럼, 급속한 경제 발전에 이은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이하 인용부호는 교황님 말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정신적인 사막”이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가고, 많은 경우에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을 위해 교황님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요청하셨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냉혹함을 가르치며 무한한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 젊은 시절을 희생하면 미래의 성공과 행복이 보장되어 있다고 다그치며 이를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다. 그러나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젊은이들은 낙오된 체험으로 좌절하거나, 상당한 성공을 거둔 이들조차 자신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룬 이들과 견주느라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 젊은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위기의 희생자들”이다.

심지어 신심 깊은 가톨릭 신자 부모나 교육자들조차 사랑과 평화와 생명의 문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거친 사회의 물결에 휘둘려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기성세대의 불안에 대해 희망이라는 치료 약을 처방해주셨다. “복음이 제시하는 이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교황님의 이러한 충고가 성서나 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이론적 결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교황님은 암울했던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시절보다 더 잔인한 조국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과 마약이나 인신매매를 모두 겪고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을 일으켰을 모든 고난을 교황님은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애정과 “주님이신 예수”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마음으로 이겨낸 것이다.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에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악을 선으로 이기며 세상을 바꾸고 구원하는 힘이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를 격려하신 것이다.

아시아청년대회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환한 웃음을 일상에서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그들의 가능성을 재단하지 말고 그들이 품고 있는 놀라울 가능성과 열정을 믿어 주자. 젊은이들이 자신의 주위에 있는 힘든 친구들, 다문화가정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평화로운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자. 자신의 불안한 미래만 바라보느라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은 희망찬 젊은이들이 아름답다. 그들의 밝은 웃음이 교황님의 미소를 닮아갈 나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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